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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ㆍ휴양

예학정신의 정수, 돈암서원

  • 논산

충남에는 유독 옛 자취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 중에도 논산에는 다양한 문화재가 가장 많다.
계백장군유적지, 충곡서원지, 돈암서원 등이 바로 그것! 하지만 선현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돈암서원은 여타 다른 곳과는 다른 느낌의 문화재이다.




중종 38년, 1543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서원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선현을 배향하고 유생들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유교문화였던 옛 향촌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했던 조선의 대표적인 사학 교육기관이었다.

오랜 기간 동안 조선에 존재했던 서원. 서원이 없어지게 된 건 1864년부터이다.

당시 집권을 잡았던 흥선대원군은 왕권의 권위를 높이고 병인양요로 인해 궁핍한 국가재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다가 안타깝게도

서원철폐작업을 실시했다. 결국 조선말, 전국 650개 서원 중 47개의 서원만 남겨지고 모든 서원이 훼철되었다.

돈암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훼손되지 않고 남은 서원 중 하나다.

그래서 그만큼 유서가 깊고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서원으로 꼽힌다. 옛 유생들의 삶과 역사를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논산시 연산면에 위치한 돈암서원은 1634년 큰 바위인 '돈암'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본래 이곳에 위치한 서원은 아니다. 현재의 돈암서원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에 지어졌지만

지대가 낮아 홍수가 났을 때 물이 넘쳐 1880년 이곳으로 이동되었다.

하지만 선조들의 지혜와 이념은 물에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인지 예향의 정신만은 여전히 응축되어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있다.

논산은 예전부터 인재를 많이 배출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그 중 대표적인 인재는 명문가 광산 김씨 가문의 김장생이 있다.

그의 학문과 덕을 추모하고 사상을 잇기 위해 이곳 돈암서원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아직도 이곳에는 사계 김장생 선생의 기록들이 많이 남아있다. 상례비요, 근사록해외, 가례집람 등

예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한 사계 김장생 선생.




내가 이 곳을 방문 했을 때는 '돈암인성교육학교'의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자칫 버릇없게 자랄 수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알려줄 뿐 아니라,

옛 예법부터 선비들의 사상까지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다. 천방지축이던 아이들이 돈암서원을 나설 때 쯤엔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서원인 만큼 서원의 모든 것들은 자연으로 만들어져 있다.

숨쉬는 황토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목조골재, 서원 내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향나무까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한옥은 한 폭의 그림이다.

서원 내부 곳곳에는 선현의 선비정신을 담고 있는 건물들이 여러 곳 존재하고 있다. 사

당인 숭례사는 김장생 선생을 비롯한 네 선현의 위폐가 모셔지고 있다.

또한 유생들이 수행하는 방법 중 하나인 '고요하게 몸소 실천하여 수행한다'는 뜻의 공간인

정회당 역시 예학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선비정신을 이어가며 살아갔던 옛 조상들의 자취.

이곳 돈암서원에서 만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