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1709년에 지어진 이후, 약 3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명재고택(明齋古宅, 구 윤증고택)’이다.
이 고택의 이름은 조선 후기의 학자 명재 윤증의 호를 따서 지어졌는데,
그는 임금이 무려 18번이나 이조판서ㆍ좌찬성ㆍ우의정 등의 벼슬을 내렸지만 모두 거절하고,
고향인 논산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쓴 대쪽 같은 선비였다.
명재 윤증 선생은 한평생 검소한 마음과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고 살았기에,
많은 이들은 그를 ‘백의정승(白衣政丞)’으로 부르며 많은 존경을 표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윤증 선생의 성품이 담겨서일까? 명재고택은 다른 사대부 집안과 달리,
응당 있어야 할 높은 담장과 솟을대문도 없고, 겉모습도 소박한 규모에 속하지만,
본디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을 하나의 한옥 구조물로 생각하고 설계해,
명재고택을 거닐다 보면 한 폭의 산수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산수화 정취는 고택을 마주한 첫 순간부터 시작된다.
바로, 명재고택 배후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노성산 때문이다. 고
택을 들어서기 전, 지붕의 용마루 곡선과 노성산의 능선을 보면 조선시대 화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명재고택을 탐방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중 하나이다.
명재고택을 알차게 즐기는 특별한 탐방법은 고택 곳곳에 숨겨진 과학적 설계를 찾는 것이다.
높은 담장과 솟을대문 역할을 대신하는 커다란 배롱나무와 아름다운 연못의 위치,
4짝의 창을 옆으로 밀고 위로 올려 벽면 전체를 개방해 살아있는 자연 액자로 탈바꿈해준 사랑채 미닫이여닫이 문이 눈에 띈다.
또한 아녀자들을 위해 안채 안쪽에서는 바깥이 쉽게 보이고, 바깥에서는 안채 안쪽을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ㅁ자’형의 안채, 그리고 금강산의 절경을 압축해 표현했다는 ‘석가산’과 ‘도원인가’ 편액,
해시계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놓은 ‘일영표준 표지석’등,
선조들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것도 명재고택에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명재고택을 다녀가고자 하는 관광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포토존은 오른쪽 마당에 가득 찬 수백 개의 장독대다.
마당 왼쪽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종갓집의 장맛 비법인 향나무 우물도 있으니, 필히 이곳의 독특한 물맛을 보는 것도 잊으면 안된다.
이곳의 관광 꿀팁은 아침 시간에는 1시간 동안 고택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전하는 종손과의 대화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악, 다례, 천연염색, 널뛰기, 장기 등의 다양한 유료 전통 체험과 300년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명재고택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한옥스테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이다.
논산 명재고택의 아름다운 한옥 절경을 즐기고 다채로운 체험까지 모두 마쳤다면,
마무리로는 고택 뒤편에서 산중턱까지 이어지는 ‘사색의 길’ 산책로와 대과 급제자만 47명을 배출한 파평 윤씨 문중서당인 ‘종학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연인, 가족과 함께 길을 걸으며, 파평 윤씨 선비들이 거닐었던 그 길에서 사색적인 시간을 보내면 그 시대 선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