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에는 호국영령들의 성지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중봉 조헌선생과 승병장 영규대사가 이끌던 700 의병들의 전투지였던 칠백의 총이 바로 그 곳이다.
의병들이 청주성을 수복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용맹히 싸우다 전원이 전사해 이곳 금성 의총리에 모셔지게 되었는데,
그 넋을 기리고자 임진왜란 이후 이들의 시신을 합장한 묘소를 중심으로 사당이 건립되었다.
정문인‘의총문’을 지나 안으로 들면 순의비각이 참배객들을 맞는다. 이 비각에는‘중봉 조헌선생 일군 순의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임진왜란 때 조헌선생이 지휘하는‘칠백의사’가 승장 영규대사와 함께 청주를 수복하고
금산 싸움에서 순절하기까지의 행적을 기록한 비문이다.
이 비는 일제 강점기에 금산 경찰서장이었던 일본인 이시카와 미치오에 의해 폭파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인근 주민들이 뒷산에 묻어두었다가 8.15 해방 후에 파내어 보관하다가
1971년 비각을 세우고 그 파손된 비를 보존해 왔다고 한다.
조헌선생의 영정에 묵념하고 사당과 기념비를 둘러보다보면 이름도 남기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했던
700 의병들의 조국을 지키고자 했던 그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이곳에서 칠백의총 참배를 마쳤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트래킹에 나설 차례이다.
가까운 곳에 둘레길인‘금성산 술래길’이 존재하고 있다.
예부터 금성산은 높이 438m로 등산로가 완만하고 소나무 숲과 진달래 군락,
철쭉꽃 군락이 산재해 걷기 코스의 명소로 사랑받아 온 곳이다.
이런 곳에 술래길이 조성되어 칠백의총 관람 후, 금성산 산행까지 할 수 있는 코스가 마련돼
산행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금성산 술래길‘은 칠백의총에서 시작해서 사두봉과 금성산의 정상을 거쳐서
’상마수리 소나무 숲‘까지 연결되는데 길이는 대략 8.5Km쯤 된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군데군데 안내판들이 등장한다.
마을이름의 유래,‘칠백의총’과 ‘금산성 의병전투’에 대한 내용이 적힌 안내판들이다.
칠백의사 기록화와 ‘임진왜란의 금산지역 전투도’외에도 지역과 관련된 여러 내용들,
삼림욕에 관한 정보가 적혀있어 걸으면서 읽어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술래길은 넓고 경사 또한 완만해 계단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완만한 경사 덕인지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노약자들까지 부담 없이 트래킹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쉬며 걸으며 경치를 즐기며 제주도의 둘레길과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파고라와 천연목재길 및 단단한 흙길이 조성되어 있는 부분을 보면 이용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배려가 보인다.
칠백의총을 떠난 지 2시간가량 되면 서서히 금성산의 정상에 다다르기 시작한다.
그 꼭대기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동쪽으로는 대전과 서대산, 금강상류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대둔산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드넓은 들판 너머로 우뚝 솟은 진악산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 금성산의 ‘금’은 위대하다, 으뜸이다 라는 뜻으로 눈앞의 풍경이 그야말로 으뜸이다.
칠백의총과 금성산 술래길을 통해 의로운 정신도 만나보고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계기도 마련해보면 어떨까?